츠키모토 마코토를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군가가 묻는다. 너는 정말로 웃지 않는다고. 이윽고 화면은 줌 아웃되며 츠키모토 마코토가 탁구부원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탁구부내에서 어떤 존재인가를 말해준다. 그는 유리되어있다. 스마일은 웃지 않는다.
스마일은 세계로부터 내던져졌다. 세계는 내동댕이쳐져 이 세상의 바닥에 쳐박힌 스마일을 학대한다. 세계는 이질적인 그를 모욕하고, 배제한다. 스마일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긍정할 수 없다. 세계는 그가 외부를 정의하기 전에 이미 확정되었다. 그 어떤 것도 스마일에겐 재미있지 않다. 세상의 밑에 깔려 스마일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살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스마일은 완전한 죽음을 택하진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 죽음만은 택했다. 스마일은 어둡고 더러운 청소함 속에 유배당한다. 그는 그 사회적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 속에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하게 어둡고 안전하다. 스마일은 세계와 자신의 관계를 이 불평등한 합의로 완성하고 차라리 그를 괴롭히지는 못하는 평화를 얻는다. 그러나 스마일은 세계를 긍정하기를 원한다. 스마일은 히어로를 부른다.
그리고 호시노 유카타는 나타난다. 페코는 스마일과 세계 사이의 합의를 제멋대로 박살낸다. 페코는 스마일을 긍정한다. 페코는 스마일에게 탁구를, 모험과 변화를, 그를 통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마일은 어두컴컴한 청소함 안에서, 단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그 빛 속에서 스마일은 어둠을 잊어버린다. 스마일은 페코를 따라 세상을 걷는다. 페코는 스마일과 세계 사이를 매개한다. 스마일에겐 오직 페코만이 존재한다. 스마일은 이윽고 페코가 되기로 결심한다. 스마일은 웃는다.
세계라는 어둠은 페코라는 빛 앞에서 없어진다. 스마일은 세계를 경계한다. 스마일은 로봇이 된다. 그 어떤 것에도 다가가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다가오도록 하지 않는다. 그 대원칙 하에서 세상은 단순해진다. 그러나 세상은 페코에게 아웃소싱된 스마일의 일상을 훑고 지나간다. 페코의 탁구는 시시해진다. 페코라는 외부 전원이 사라지자 스마일은 세계를 견딜 수 없다. 스마일은 무력하게 세계에게 압사당한다. 스마일은 웃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를 긍정하고 싶어한다. 스스로 움직일 힘조차 없는 스마일은 다시 한번 히어로를 기다린다. 스마일은 게임기를 든다. 게임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가족에게 선물받은 물건, 이미 파국을 맞은 가정의 찌꺼기다. 스마일은 과거를 방패삼아 사회적 시체로서 견딘다.
그렇게 스마일은 카타 고 탁구부에 들어왔다. 그의 주위는 순식간에 일변한다. 탁구부의 고문 고이즈미는 그에게 투쟁심을, 향상심을 선사한다. 마침 그 주변에 등장한 강력한 호적수, 콩 웽거와 카자마 류이치가 등장한다. 스마일은 세계와 자신 사이의 새로운 매개체들이 있음을 느낀다. 스마일은 페코가 되길 그만둔다. 스마일은 이제 페코 없이도 다소는 세계를 긍정할 수 있다. 스마일은 서서히 일어서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와의 투쟁에서 완전히 이기지 못한, 아직도 힘이 더 필요한 스마일을 그의 간접적 조력자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스마일의 재능은 그들 모두를 앞서나간다. 재능에 의해 스마일은 그들 모두와 분리된다. 다시금 홀로 남은 스마일은, 그러나 아직 무언가가 더 필요한 스마일은 페코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일어설 힘을 줄 수 있는 히어로를.
페코는 히어로가 되어 나타난다.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페코의 탁구에 압도당하며 스마일은 계산을 그만둔다. 세계와 자신 사이의 방어벽을 깨버린 스마일은 드디어 자신 옆에 자신이 기다리던 페코가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전력을 다한 탁구 속에서 스마일은 즐거움을 느낀다. 스마일은 웃는다. 스마일은 이제 자신을 억누르는 세계를 이겨낼 힘을 얻었다. 그저 페코의 뒤를 쫒아가는 대신에, 스마일은 자신을 깔아뭉개려는 세계에 대항해 홀로 일어선다. 스마일은 구원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 이겨냈다.
이제 스마일은 자신을 상처입히려 했던 세계 속으로 몸을 던진다. 이해 불가능의 영역으로서 모조리 거부했던, 그 모든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다른 누군가에게 관심을 돌릴 수 있다. 누군가에게 뭐라고 말해줄 수 있다.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다. 이제 스스로를 유지하게 해 줬던,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 하나 밖에 없었기에 계속했던 탁구에 스마일은 얽매일 필요가 없다.
카자마 류이치는 1등이라는 지위에게 압도당한다. 카자마 류이치에게 자기가 성취한 1등이라는 지위는 자랑, 혹은 자부심의 원천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자기를 쪼아대는 망령이다. 카자마 류이치는 카자마 류이치이기 이전에 드래곤이다. 드래곤의 탁구는 보상의 탁구이며 그의 서브는 명예의 서브이고 그의 리턴은 승리의 리턴이다. 드래곤은 항상 팀을 위한다. 팀은 그에게 승리를 바친다. 승리하지 못하는 팀은 필요 없다. 팀원은 승리를 위한 부속품이기에, 승리하지 못하는 불량품들은 가차없이 제거되고 그 자리는 또 다른 부속품이 차지한다. 그건 드래곤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단 한번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는다. 드래곤에게 용납되는 것은 단 하나, 승리에의 완전한 지배 뿐이다. 드래곤의 모든 행동은 그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변경의 여지 따위는,
없다.
카자마 류이치는 아버지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사업 수완이 서툴렀으며, 보는 사람과 하는 사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탁구를 했다. 카자마 류이치는 아버지의 탁구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하늘을 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실패의 표본이었다. 그의 사업도, 그의 탁구도 모두 그러했다. 자신의 선대처럼 하늘을 보며 바닥에 쳐박히지 않으려면 대안이 필요했다. 카자마 류이치의 조부는 대안을 제시한다. 드래곤이 되면 된다. 카자마는 드래곤이 되었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드래곤은 보답받았다. 그러나 드래곤은 카자마조차 부숴트렸다. 드래곤은 카자마의 몸을 망가뜨렸다. 드래곤은 영광의 대가로 카자마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기 시작한다. 드래곤이 승승장구하는 사이 카자마는 고통과 좌절에 신음하며 화장실 어두운 곳에서 바닥만을 내려다보며 드래곤에게 학대당한다. 상처입고 다친 그는 뛸 수도 없고 위를 볼 수도 없으며 빛을 느끼지도 못한다. 카자마는 해뜨지 않으며 정상없는 절벽 위를 기어올라간다. 절벽타기에 지친 그에게 타인이란 손 뻗을 수 없는 무언가다. 모두가 그의 곁을 지킬 수 없어 떠나간다. 그러나 인간은 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기어야만 한다. 카자마는 드래곤에게 굴복하는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그것만이 카자마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카자마는 계속 죽어가기를 선택한다. 그는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다.
하지만 드래곤에게도 사상의 시험대는 찾아온다. 페코는 그에게 즐거움으로 싸움을 건다. 자기 변이를 계속하는 페코의 플레이 방식 속에서 드래곤의 파쇄방식은 한계에 처한다. 페코는 스스로의 방식을 통해 드래곤 또한 그렇게 하기를 요구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드래곤은 밀리기 시작한다. 드래곤의 후퇴로 빈 부대에는 카자마라는 새 술이 부어진다. 카자마는 떠올린다. 자신의 실패한 아버지를. 그에게 배운 탁구를. 그에게 배운 플레이를. 그에게 배운 방식을. 카자마는 자신과 드래곤이 일찍이 부정해왔던 그 방식이 페코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자신을 압도하고 있는 것을 목도한다. 한 번의 리턴마다 드래곤이라는 외벽에는 금이 간다. 카자마는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이기기 위해 즐거운 탁구를 온 몸에 명한다. 나를 위해선 이겨야 하며 이기기 위해선 나를 위해야 한다는 순환논리가 그의 명령 하달을 가속한다. 이는 페코로부터 카자마에게 전해지는 일방적인 전달을 떠나 쌍방향성을 띈다. 카자마가 스스로의 몸에 대한 주도성을 획득하는 만큼, 플레이의 자기변이를 가속하는 만큼, 페코조차도 그에 호응해 더더욱 자기 변이를 가속시킨다. 종극에 이르러 그들의 플레이는 시작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된다. 카자마는 인지한다. 자신들은 날아오르고 있다. 날 수 있다. 인간은 날아오를 수 있다고. 그는 이제 화장실이라는 죽음의 공간을 탈피한다. 스스로 날아오른 카자마는 이제 드래곤이 아니라 카자마로서 홀로 설 수 있다.
콩 웽거는 스스로의 재능을 한탄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경쟁에서 패배한 차이나는 일본에 유학 와 자신이 소속된 츠지도 학원의 수준을 조롱한다. 페코에게 단 1점도 주지 않고 승리한 그는 스스로를 탁구의 변방까지 오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처하게 만든 스스로의 어중간한 재능을 탓한다. 어서 일본을 제패하고 중국에서의 재기를 노릴 생각 밖에 없었던 콩은 그러나 의외의 상황에 직면한다. 스마일의 동정을 사, 상처뿐인 승리를 얻은 콩은 드래곤의 실력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전국 제패는 커녕 인터하이 본선 진출권만을 겨우 따낸다. 겨울에 와서는 상황은 끝없이 악화된다. 고작 몇 개월 전 그가 완전하게 박살냈던 페코는 역학관계를 완전히 뒤집어, 차이나에게서 본선 진출권을 거머 쥘 기회조차 빼앗아 간다.
차이나는 비통함에 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여름 인터하이 직후 중국에서 일본으로 떠나와 그렇게 한 것 처럼 자신의 인생을 다시금 조직한다. 츠지도 학원의 용병이 아니라 츠지도 학원의 코치로써 차이나는 성적 면에서 좁아진 자신의 입지를 학원 전체의 성적으로서 상쇄하기 시작한다. 운이 좋게도 상황은 그의 행동에 따라 변화하기 시작한다. 부원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준다. 실력도 늘어간다. 학교는 그와 탁구부의 노력에 보답해 투자해준다. 겨울 인터하이, 콩의 개인전 성적은 떨어진다. 그러나 팀으로서의 츠지도 학원은 전진한다. 아직 더 해나갈 여지가 있다. 그 가능성 앞에서 콩은 버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망설임 없이 실행한다.
콩은 귀화해 일찍이 자기를 앞서가던 이들을 누르고, 따라잡아 일본 국가대표로 뽑힌다. 그의 인내는 보답받았다. 남들보다 노력을 더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은 재능이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혹은 페코와 스마일, 드래곤의 경기를 보고 무언가 깨달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알 수 없다. 그의 삶은 불확실성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그의 현재는 불확실하며, 미래는 더더욱 그렇다. 그를 벗어나기 위한 어떠한 노력조차도 불확실하며, 어떤 방향성으로 가야하는지조차 그렇다. 완전히 길을 잃은 그가, 그저 운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살아남아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원인을 찾자면 차라리 버텼기 때문일 터이다. 그렇게 그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일으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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