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챠맨 크라우즈는 충돌하고 있다.
대중은 긍정적인 존재인가? 갓챠맨 크라우즈는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 같다. 갓챠맨 크라우즈의 시민들은 모두 덕성을 가진 존재들이며, 그렇기에 그들의 손에 GALAX가 주어지자 현대 국가는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상실한다. 시민들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세상을 UPDATE’하기 위해서 그들의 여가시간을 기꺼이 투자할 줄 안다. 시민들은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그들 자신의 보편 의지를 망설임 없이 내비치며, 그 결과 문제는 해결된다. 수상은 시민들의 가능성을 목도하고 다시금 열정적인 정치인으로 각성해, 대의민주제를 돌파해 포퓰리즘으로서 직접민주주의에 다가선다. 여기서 시민들은 영웅들이다.
그러나 갓챠맨 크라우즈는 동시에 대중들을 우민으로 정의한다. 스가야마 수상은 좌절한 존재다. 그가 좌절한 것은 시민들이 현대 국가를 초월했기 때문이 아니다. 시민들 자신의 소시민성과 그로 인한 정치 혐오에 좌절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시선은 베르크 캇체라는 극의 핵심적 갈등요소 자체로 대표된다. 베르크 캇체는 시민들의 부도덕성의 결과물이다.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어두운 마음이 실체화된 베르크 캇체의 준동으로 세계가 위기에 빠진다는, 중우정치에 대한 공포라는 고전적인 수호자주의의 입장을 대변한다. 시민들은 이와 같은 관점에선 긍정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악한들의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극은 내재적 모순에 시달리게 된다. 대중은 하지메라는 영웅이 필요함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웅들이다. 대중은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악한들임과 동시에 스스로의 시간을 내던져 타인을 도와 세계를 업데이트하는 덕성있는 영웅들이다. 대중은 타인에 대한 적의로 가득차, 베르크 캇체를 탄생시키고, 또한 베르크 캇체의 선동에 놀아나 크라우즈를 소환해 폭력을 일삼는 동시에 세계를 놀이로써 구원할 줄 안다. 이로 말미암아 갓챠맨 크라우즈는 세상은 문제로 가득하며 그 원인은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대중들의 타락한 덕성인데도 불구하고 이는 전적으로 영웅적인 대중들에 의해 해결된다는 기이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에 따라 타락한 덕성과 싸우는 히어로라는 수호자주의의 대표자인 갓챠맨또한 극중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상실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영웅인 시민들이며, 베르크 캇체를 스스로의 몸에 봉인하는 하지메의 영웅적 자기 희생은 갈 곳 잃은 유령과 싸우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시민들은 영웅이므로, 베르크 캇체가 등장할 여지가 없기 떄문이다.
다시 말해서 갓챠맨 크라우즈의 서사는 대중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대중 숭배와 대중 혐오가 동시에 일어나는 갓챠맨 크라우즈 속의 대중이란, 실제의 대중에게 가까이 간 결과라기 보다는 실제와 유리되어 있는 상상속의 대중에 불과하다. 실제 대중을 파악하지 못했기 떄문에 두려움에 빠진다. 그래서 그 결과 대중은 혐오받으며, 그와 똑같은 대상이 동시에 찬양받는다.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서사의 핵심으로서 활용함에 따라 서사는 진흙탕에 빠져 갈팡질팡한다. 피구원자가 동시에 구원자가 되는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출돌 속에서 갓챠맨 크라우즈는 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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